[평창 필견(必見) 스타 ①] '몸값 100억·보드의 神' 숀 화이트

2018-02-10 12:31:02.0

올림픽은 무대 자체만으로 그 의미가 깊다. 4년에 한 번 뿐인 이 대회는 전지구촌의 축제이자 인간 한계의 극한을 시험하는 장소다. 하계 대회이든, 동계 대회이든 올림픽 무대에서는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감동과 눈물, 인간 의지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매 대회때마다 경기장 밖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올림픽 무대의 정신, 대회를 목표로 달려 온 선수들의 땀만은 결코 폄훼할 수는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주일 뒤면 그 올림픽이 또 한 번 우리 안방에서 치러진다. 그것도 평소 우리나라 스포츠 무대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동계 종목들이 주를 이루는 올림픽이다. 지구상에는 평생에 한 번 자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을 보기 힘든 나라가 수백개에 달한다. 한 나라가 하계 대회와 동계 올림픽 대회를 모두 유치하는 것도 물론 지극히 드문 일이다.

대회는 개막 전부터 각종 정치적 이슈로 흔들리고 있지만 '올림픽'인 만큼 출전 선수들의 '퀄리티'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은 분명한 팩트다. 확고한 프로 리그가 자리 잡지 않은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 선수들에게, 그들의 선수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무대 중 하나가 올림픽이다. 반대로 아무리 상업적으로 성공한 선수라도 올림픽 무대에 출전하는 것은 가장 큰 명예이자 숭고한 목표로 여겨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에도 동계 종목의 내로라 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다수 우리나라를 찾는다. 대회가 우리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이왕이면 현장에서, 적어도 실시간 중계만큼은 놓치지 않고 볼 가치가 충분한 스타들이다. 첫번째 주자는 남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 출전하는 숀 화이트다.

남자 하프파이프는 대회 초반인 2월 13일 화요일에 예선 일정이 시작된다.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예선 런 경기가 소화되고 하루 뒤인 14일에는 오전 10시 30분에 첫번째 결승 런 경기가 시작되는 스케줄이다. 메달색이 가려지는 마지막 경기는 14일 오전 11시 30분에 시작되는 남자 하프파이프 세번째 결승 런이다. 약 이틀 간에 걸친 일정을 모두 마무리 하고 시상대 가장 위에 누가 오르게 될 것이냐는 단연 제일 큰 관심사이지만 이 종목의 금메달은 사실상 주인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이유 역시 이론의 여지가 없는 동계 종목 최고 스타인 숀 화이트 때문이다.
이미지개인종목에서 활약하는 선수지만 연간 수입이 우리 돈으로 약 1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 숀 화이트는 축구로 치면 메시, 호날두 같은 존재다. 스노보드 종목 역사상 해당 종목 만점에 해당하는 100점을 두 번이나 받은 선수는 지금까지 숀 화이트가 유일하고, 앞으로도 숀 화이트가 유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자 종목에서 떠오르는 혜성으로 통하고 있는 클로이 김(미국 국가대표)이 2016년 생애 첫 100점 만점 연기를 펼쳐 화이트의 명성에 가장 근접해 있다. 그러나 스피드는 물론이고 기술에서도 고난이도의 기량이 요구되는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10년 넘게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숀 화이트의 현역 생활은 그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로 통한다.

1986년생으로 올해 32살인 숀 화이트는 약관의 나이에 출전했던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처음으로 하프파이프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미 10대 시절 다수의 프로 계약과 브랜드 후원을 받으며 스노보드 뿐만 아니라 스케이트 보드 분야에서도 군계일학의 재능을 과시했던 숀 화이트는 이어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전무후무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했던 소치 대회에서는 현지 슬로프 적응에 실패하며 4위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숀 화이트는 동계 종목에서는 가장 큰 무대로 꼽히는 'X게임' 대회에서 꾸준히 수많은 메달을 쓸어 담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미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평창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하기 위한 순위 경쟁에서 한때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평창을 향한 최종 관문이었던 올해 1월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하프파이프 대회에서 자신의 생애 두번째 100점 연기를 선보이며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

숀 화이트 연기의 백미는 '더블맥트위스트'라 불리는 1260도 회전 기술이다. 뒤로 두 바퀴, 측면으로 다시 세 바퀴를 회전하는 이 기술은 보는 순간 절로 탄성이 터져나올 정도로 고난이도인데다 아름답기까지 하다. 인간의 신체 능력으로는 도저히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은 고난이도의 기술을 마치 공중에 그림을 그리듯 여유롭게 시전하는 숀 화이트의 연기를 안방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특권' 중 하나다. 역사를 예약하고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미지실제로 미국 국가대표팀 내에서도 가장 중요한 스타 플레이어인 만큼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NBC는 숀 화이트가 출전하는 하프파이프 종목 중계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시기상 경기가 대회 초반에 펼쳐지는 만큼 평창올림픽 이슈를 제대로 '붐업'하기 위해서도 가장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는 종목이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임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낮 이른 시간, 결승전은 오전부터 시작되는 것은 해당 종목 중계를 미국 현지 프라임 시간대인 저녁 편성으로 중계하기 위해서라는 후문이다.

수억 달러를 들이부어 올림픽 중계권을 구매한 NBC의 '야욕'은 둘째치더라도 숀 화이트의 경기는 돈을 주고도 볼 수 없는 명품 연기라는 사실 때문에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 스포츠의 많은 종목에는 '실제로 이런 선수가 있다니…같은 인간인가?'라는 반문을 갖게 하는 엄청난 선수들이 존재한다. 축구의 리오넬 메시, 수영의 마이클 펠프스나 테니스의 나달, 페더러, 농구황제로 군림했던 마이클 조던이나 전성기 시절의 타이거 우즈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동계 종목 역사상 단연 이론의 여지 없는 불세출의 스타로 꼽히는 숀 화이트도 같은 부류의 선수다. 

해당 종목의 역사를 새로 쓰는 선수들을 리얼 타임으로 만날 기회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화이트의 연기가 최고인 것은 올림픽 무대가 추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정신, 기술적으로 완벽한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은 '아름다움' 때문이다. 심지어 숀 화이트는 평창에서의 연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매 시즌 가장 큰 대회인 미국 아스펜에서 치러지는 이번 시즌 X게임 대회 출전까지 포기했다.

'보드의 신(神)'이 자신의 현역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완벽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놓치지 말아야 할 '평창 필견(必見) 스타', 1호는 단연 숀 화이트다.

▶ '미리보는 평창' 2017-2018 FIS 월드컵 경기 주요 장면 다시보기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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